* 당연히 스포있습니다
킹스맨은 한편으로는 클리셰를 따르면서 또 한편에서는 클리셰를 시원하게 까버리는 'B급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영화다. 이 영화의 B급 감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주인공인 에그시다. 해리가 기존의 클래식하고 우아하면서도 냉정한 스파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에그시는 자신에게 닥친 현실에 대한 반항심으로 가득차 있지만 본래 심성은 착한 자유분방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혀 스파이와 거리가 먼 캐릭터다.
스파이인 두 캐릭터가 가진 성향은 극과 극이지만, 결국 둘다 지극히 영국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띄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리가 전형적인 영국의 기득권층인 영국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에그시는 하류층의 갈 곳 없고 잃을 거 없는 아이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패션'을 통해 두 캐릭터의 대비를 극대화시킨다. (단정한 포마드 헤어스타일, 맞춤 제작한 수트, 검은 뿔테 안경, 클래식구두의 해리 / 스낵백과 아이다스 져지, 청바지, 운동화의 에그시) 뿐만 아니라 억양, 말투, 언어습관, 걸음걸이 등의 모든 행동양식에서 그들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나열된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이 영화의 빌런인 발렌타인 역시 에그시와 유사한 패션 스타일을 지양하고 있다는거다. 이는 우리가 왜 기존의 킹스맨과 전혀 다른 유형의 킹스맨(스파이)이 필요한지에 대해 답을 내려주는 일종의 단서가 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킹스맨의 수장인 아서는 귀족으로서 특권의식을 지닌 염세적인 인물로 에그시같은 하류층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빌런인 발렌타인 역시 출발선은 다르지만 인류의 환경을 위해 인구의 절반은 사라져야 하며, 남아야 하는 사람들은 일반 서민이 아닌 기득권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두 사람은 함께 손을 잡게 되지만 에그시로 인해 그들의 계획은 저지되고 죽음을 맞이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킹스맨을 위험에 빠트리는 계급적 사고방식과, 발렌타인의 현대적 사고방식(IT기술의 통한 음모)에 모두 대응하고 그것을 무너트리고 승리하는 존재가 바로 에그시라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왜 우리에게 새로운 스파이가 필요한지에 대한 답이다.
한편에서는 이 답이 그리 명쾌한것만은 아니다라는 말도 오간다. 하류층인 에그시가 신사로 성장하여 킹스맨이 됨으로서 결국 계급상승을 하게 되는 것에 불과할 뿐이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에그시의 스타일 변화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말한다. 이 말에 대해 반박을 하기 위해서 에그시가 아서의 배신을 알아차리고 그를 죽이는 방법에서 먼저 말하고 싶다. 에그시가 아서에게 대항하는 방법은 킹스맨이 되기 위해서 배운것이 아니라 본인의 타고난 빠른 손을 이용한 속임수였다. 이 속임수는 에그시가 하류층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터득한 기술이라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이때의 에그시의 옷차림 또한 킹스맨의 상징하는 수트가 아닌 본인이 평소에 입던 아디다스 저지와 청바지 차림인것도 놓쳐서는 안된다. 이 모든 것이 아서가 자신이 그토록 하찮게 여기던 존재에 의해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에그시가 자신의 방식대로 계급제도를 파괴 시킨 후에야 수트를 입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계급에 얽매이지 않는 뉴 킹스맨이 탄생했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들었다. 킹스맨의 첫 임무로서 발렌타인에 대항하여 싸울 때의 에그시의 모습 또한 기존의 에그시가 가진 것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빼앗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그시가 킹스맨으로서 수트를 입었을 때 더 이상 킹스맨의 수트가 계급을 상징하는 옷이 아니라 그저 전투복의 역할을 하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에그시 한명으로 인해 킹스맨의 오랜 관습과 전통의 의미가 한순간에 뒤바뀔 것이라는 로맨스적인 말을 하는건 아니다. 단지 이젠 에그시라는 인물로 인해 계급을 뛰어넘는 가능성 즉 계기가 마련되었고 이제부터는 전에 없었던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게 되었다는걸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속편에서 얼만큼 진보된 관점으로 킹스맨이라는 조직을 다루는지를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킹스맨은 매튜본만의 재기발랄한 방식으로 새로운 스파이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높게 사고 싶다. 새로운 스파이 캐릭터의 탄생과 더불어 영화를 끌고가는 분위기 또한 기본 스파이 영화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는 점 역시 너무 좋았다. 넘쳐나는 히어로 영화와 기존의 클래식한 스파이영화 사이에서 신선하고 흥미로운 캐릭터가 필요하던 찰나에 나타난 유쾌하고 똘기 가득한 영화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보 l 판타스틱 포(Fantastic Four) l 뉴 포스터 & 개인 포스터 (0) | 2015.05.01 |
---|---|
이야기 l 인더하우스 (Dans la maison) "주말 지난 얘기" (BGM有) (0) | 2015.04.26 |
리뷰 l 위플래쉬(WHIPLASH) I'll Cue You (0) | 2015.04.26 |
정보 l 판타스틱 포(Fantastic Four) : 2차 공식예고편 & 포스터 (0) | 2015.04.26 |
메모 l 킹스맨 의식의 흐름대로 정리 & 감상 (+ 추가 예정) (0) | 2015.02.15 |